[공동성명] "입주형에 국가 다변화? 반성은커녕 온갖 졸속 정책 꺼내드는 오세훈시장은 망언을 멈추고, 정부는 ILO 가사노동자협약부터 비준하라!"

[공동성명]

"입주형에 국가 다변화? 반성은커녕 온갖 졸속 정책 꺼내드는

오세훈시장은 망언을 멈추고, 정부는 ILO 가사노동자협약부터 비준하라!"


오세훈 시장은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육아와 가사를 모두 다할 수 있는 입주형을 혼합하거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복수로 선정해 경쟁체제를 도입할까 생각’하고 있고 노동부와 의논을 하겠다고 또 다시 망언을 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저임금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돌출발언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비롯해 모든 가사노동자의 자존심을 깎아내리고, 가중되는 돌봄비용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대신 개별 가정에 비용을 전가시키고,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들의 갈등을 불러일으킨지 2년만의 또다른 망언이다. 오세훈시장이 돌을 던지고 정부가 쌍지팡이를 들고 부응하여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은 시작 즉시 현장에서 우려하던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시켰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복수의 국가에서 도입’ ‘입주형’이다.

 

도대체 오세훈 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그리고 이러한 무분별한 망언을 저지하기는커녕 북장구 치고 나서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입주형’이라 함은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중동지역에서 일반적인 ‘주5-6일 가정에 입주하여 근무’하는 노동이다. 고립된 장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성폭력과 인권 침해, 폭언과 폭행의 진원지로 손가락을 받고 있는 노동형태이다. 케냐 외무부에 따르면 2020-2021년 사우디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사람은 최소 57명에 달한다(한국일보 2023.6.29.). 이것이 중동의 가부장적 문화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사례라고 생각된다면,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이 퇴근이 없다보니 10명 중 7명은 하루 11시간 이상, 5명 중 1명은 16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는 보도(mbc뉴스 20203.6.29.)는 어떠한가. 홍콩아시아가사노동조합연맹(FADWU)이 2022년 접수한 338건의 불만사항을 살펴보면, 60%는 휴일 없음, 부적절한 음식,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포함한 노동권 침해를 호소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19년 싱가포르인 대상 설문에서 7명 중 1명이 가사노동자에 대한 학대를 직접 목격했으며 5명 중 4명은 주변에서 학대 사건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한국일보 2023.5.25.)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중국동포들이 입주형 가사노동을 담당해왔다. 2017년 보고서에서는 “사장님이 출근하기 전 새벽에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고, 밤에는 노인 혹은 자녀들과 한 방에 자면서 수시로 수발을 들어야 하고” “따로 입에 맞는 음식을 챙겨먹기 어렵고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인권침해 사례가 생생하게 보고된 바 있다. 24시간이 대기시간이어야 하는 하루 16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은 입주형 가사노동에서 일상적이다.


더구나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는 개인 고용주가 최소한 고용한 가사노동자에게 고용산재보험과 건강보험, 항공료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없을뿐더러 그들에게 제공할, 남아도는 방이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번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이러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배부른 자의 허황된 주장이다. 오세훈 시장은 언제까지 서울을, 아니 우리나라를 돌봄 후진국으로 만들려 하는가!

 

우리는 오세훈 시장의 망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에게도 경고한다!

정부는 이러한 망언에 부화뇌동하지 말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평가 뒤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시작도 전에 내년도 도입인원을 확대하겠다고 하거나 3년 비자를 주겠다고 하는 미봉책을 남발하지 말라! 진지한 실태조사와 중장기적 돌봄인력 수급계획,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비롯한 노동시장의 정비가 우선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장기체류하며 노동하는 이들에게 정주할 수 있게 하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등 사람 중심의 이민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현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입주형 등을 도입한다면 지금 시범사업보다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첫째, 시범사업 무한확대를 당장 중지하고 모든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하라!

둘째, 돌봄분야 중장기 인력수급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연구에 즉각 착수하라!

셋째, ILO 189호 협약(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즉각 비준하라!

넷째, 이주 노동자의 훈련과 보호, 장기적 정주대책 수립에 즉각 돌입하라!

 

 

 

 

2024년 10월 18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